생각) 잡다한 생각. 잡설 1
나는 28살이다.
나는 별로 창피해 하지 않아 하는 이야기 지만, 한국에선 유난히 무겁게 여겨지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일들을 기록해 놓고자 한다.
아빠는 우리를 잘 키워 주시다 암으로 돌아가신지 대략 4년 째 이다. 우리 엄마는 김밥집과 치킨집을 경영 하고 있다. 동생은 잘 커서 일을 하다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멋있다.
나도 내 사업 중. 그리고 공부도 하고 있다.
혹자는 그런 날 보고 열심히 산다 또는 불쌍하다고 말하고, 별생각 없기도 한다. 나는 사실 내 처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살만하다.
불쌍하단 이유를 종합해 보면
아빠의 부재가 큰데, 가끔 생각 없는 사람들은
아빠가 돌아가신걸 알면서도 아버지 직업을 묻곤 한다.(뭐지?) 그럼에도 뭐.. 별 생각 없다. 아무래도 성인이 되도 한참 지나서 돌아가신지라, 성장 과정동안 이미 많은것을 배워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그렇지만 그런 비교속에 신음하는 엄마랑 동생을 볼때면 좀 더 내가 단단해 져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일하며 살다가 운명을 다하셔서 돌아가신 아빠가 없는건 가끔 아쉽지만( 보고싶을때 볼 수 없으니까. 그게 다다.) 살아 계실때 항암 치료 받으며 암에 걸린 이후, 마약류 진통제를 드시면 곧장 주무시고,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고통으로
보내던 아빠가 돌아가시던날, 남아있는 우리는 존재하던 아빠의 부재가 슬픈게 사실이지만 아빠 본인을 생각하면, 아빠를 사랑하는 딸로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그정도로 아빠의 고통은 컸으며 홀로 오롯이 감내해 내야 하는 슬프고도 지독한 것이었다. 그 암의 치사율(?)은 80프로가 넘었다.
옆에있는 사람이 해 줄수 있는건 돈을 내서 하는 치료와 걱정 그정도 뿐. 그게 다였다. 그리고 다 했다. 그런데 그럼 뭐 하나, 아픈 부모를 위해서 해주고 싶었던 것은 내가 대신 아파 주는 것 이었으므로 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6개월 시한부 였던 아빠는 우리를 위해 삼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많은 추억과 가르침을 남겨 주었고, 아빠를 보내기 며칠 전 아빠는 우리에게 즐겁고 재밌게 살다 오라고 했다. 그 이후로 엄마 동생 나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선에서는 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즐기고 모든걸 재밌게 다 하려고 하며 살고있다.
1. 그래서 우리엄마는 가게가 두개다. 그렇다. 욕심이고 꿈이다.
혹자는 김밥집과 치킨집을 보고 돈 좀 있겠다. 또는 (사실상) 에이 김밥 아줌마가 뭘 알겠어-. 치킨 ? 술도 같이 파니까 술집인가? 라며 , 엄마에겐 남편도 없이 고생하시네요. 뭘 그렇게 많이 하냐며 세상이 무섭지도 않고 뭘 그렇게 욕심을 부리냐고 말한다. (김밥집에는 부인이 자기가 부재하더라도 밥은 잘 챙겨먹고 바쁘게 살길 바라는 남편의 따뜻함이 남아있는 공간이라 엄마는 팔 수 도 팔 마음도 없다.)
아마 그 말들 속엔 여러 뜻이 내포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괜찮다. 잘 살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단단하니까. 생각보다 남은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이러한 비교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조심하게 될때도 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는 엄마의 하소연을 들을때면, 아직 우리가 단단하다 하지만 무르고, 지금은 단단해져가고있는 과정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엄마는 몇몇 사람들이 엄마를 김밥집 아주머니라고 무시한다고 말했다.
영등포의 유명 짜장면집 송죽장은 서울대 동문 이고 유명 맛집으로 서울대 동문회에서 표창장도 받았던데. 파리의 유명 한인 슈퍼는 내가 아는게 맞다면 성균관대 동문인데.
그럼 그 사람들도 다 무시를 받아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그 말을 해주었는데, 아무래도 무시를 받은 당사자다보니 또는 과거에 엄마가 경제적 상황이 안되어 공부를 다 마치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 보니 , 위축이 되는것 같다.
나는 그런사람이 되지 않기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살면서 곁에 두지 않기로 했다. 짧은 인생 혹시나 그런 생각이 나에게 스며들어 안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길에서 군고구마를 팔더라도 당당하게 팔기로 했다.
(진짜 군고구마 장사를 생각해본 적이 있어서;너무 맛있다.)
세상의 수많은 잣대들 속에서
나는 소신을 가지고 모나게 살기로 했다.
ㅎㅎㅎㅎㅎ
이렇게 일기장이 생기니 생각나는 이야기를 막 쓰게 된다.
무튼 후회없는 인생을 살자.
모든 이를 존중하는 내가 되기를. 그리고 서로 존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한 세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